알면 알수록 – 흥미로운 게임 속 의사결정
작성자: 존 셰퍼(Jon Shafer) 작성일: 2012 년 7 월 27 일
Firaxis 에서 <문명 5(Civilization V)>의 개발을 총괄했던 Stardock 의 존 셰퍼(Jon Shafer)가 “무척 재미있으면서도 무척 어려운 결정으로 가득찬”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게임 기획자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이 만고불변의 진리를 잊곤 한다. 개발자로서 우리는 사람들이 게임 속에서 자신의 판타지를 실현할 수 있길 바라지만, 게임 자체가 이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게임 속에서나 현실 속에서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불편한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많은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만약 충분한 정보가 없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그 결과는 거의 항상 좌절을 안겨준다.
이 글에서 우리는 게임 속에서 정보의 역할을 상세히 살펴보고, 왜 유의미한 결정에 맥락과 반대급부가 필요한지를 밝혀낼 것이다. 또한 우리는 특정한 경우의 예시를 통해, 생략을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게임을 더 근사하게 만드는 몇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논할 것이다.
흥미로운 결정
기획자의 목표는 언제나 플레이어가 직면한 결정이 재미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재미있는 결정" 이라는 말은 플레이어에게 (거의) 비슷한 장기적 가치를 지닌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성립한다. 바꿔 말하면 결정을 재미 없게 만드는 데는 두 가지 주요 요인이 있는데, 첫째는 선택지 하나가 다른 것들보다 월등하게 더 나을 때이고, 둘째는 선택지에 따른 결과가 명확하지 않을 때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선택지에 대한 그의 감정은 아마 애증에서 짜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것이다. 맥락적 단서가 없으면 우리는 그저 가장 간편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고르거나, (흠흠-) 제일 위에 써 있는 것을 고를 수 밖에 없다. 이런 마구잡이식의 선택에는 몰입하기가 힘들며, 나중에 돌아오는 그 선택의 결과가 허섭쓰레기 같다면, 게임 팬들은 (잘못된 선택을 한) 그들 자신보다는 게임에 대해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사람들이 실패했을 때, 그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이런, 난 Y 를 선택하지 말고 X 를 선택했어야 했어. 이번엔 잘 되나 다시 한 번 해봐야지.” 이런 반응은 플레이어가 게임이 공정하며 결과로 얻을 법한 것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고 느낄 때만 나오는 것이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진정 전략적인 결정을 하게하길 바란다면, 게임의 메카닉(mechanic)을 좀 더 드러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강화가 가능한 장비를 사용하는 게임이라면, 그 강화의 결과를 완벽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데미지가 들어갈 지 알려주는 것은 플레이어의 모호하고 임의적인 공격이 5 만큼 늘었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유용하다. 5 라니? 만약 공격이라는 한 가지 속성만을 따져 무기를 고른다면 이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공격력을 5 높여주는 무기와 방어도를 7 올려주는 방어구 중에 골라야 한다면 어떨까? 이러한 스탯이 실제로 뭘 의미하는지 완벽히 이해하지 않고 어떻게 이 속성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보 없이 행해지는 선택에 대한 또 다른 주요 논제는 이것이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기를 한 번 휘두르는 데 10 만큼의 데미지가 들어가고, 몬스터를 잡으려면 네 번 맞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새로 산 무기는 16 의 데미지가 들어가고, 두 번만 맞춰도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 단지 “더 많은 데미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같은 재미를 줄 수 없다.
뭔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 때, 그 때가 바로 게임이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은 계획을 세울 기회를 주고, 단기적 흥미와 장기적 흥미 사이의 절충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완벽한 정보
플레이어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권장되지만, 이것이 게임에 독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 한 가지 경우는 플레이어가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로, 이 때 플레이어는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다.
좋은 예로 체커(checkers)를 들 수 있다. 체커에서는 판 위의 모든 말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상대편에게 숨길 수 있는 게임 자체의 요소가 없다.
거의 모든 게임은 서프라이즈 요소를 필요로 하며, “순수한" 전략 게임이 그 좋은 예이다. 많은 경우에 이러한 요소는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다른 플레이어는 인간일 수도 있고, 인공지능(AI)일 수도 있다. 만약 상대방이 다음 수를 어떻게 놓을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긴장감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예측 불가능한 상대방이 없는 솔리테어(Solitary) 게임은 게임에 양념을 칠 수 있는 다른 요소를 필요로 하는데, 이럴 때는 랜덤화가 언제나 사실상 해답이 된다. 거의 누구에게나 친숙한 솔리테어 게임은 카드 덱을 무작위로 섞어 사용한다. 카드의 순서가 매번 같다면, 게임을 다시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편, 사람 플레이어가 없는 게임만이 완벽한 정보에 의해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체커는 최근에 “풀렸다” -- 어느 한 쪽도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언제나 무승부가 된다는 말이다.
어떤 형태의 숨겨진 정보가 있다는 것은 우위를 점하고 있는 편으로부터 외통수를 막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많은 전략 게임에 맵을 가리는 “안개”라는 것이 있으며, 어둠 속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찾아내는 탐험이 필요하다.
가끔은 맵 마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의 문명 에서는, 기술 개발로 새로운 자원을 찾아내기도 한다. 자원의 갑작스런 등장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완벽한” 전략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다. 이전까지 알려져있지 않았던 환경에 적응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게임의 재미를 구성하는 커다란 부분이다.
숨겨진 정보는, 인간 프로그래머가 만든 코드를 단순히 실행하는 인공지능을 상대하는 1 인용 게임에서 특히 중요하다. 대부분의 게임의 경우 최고 중의 최고와 겨루게 될 인공지능 부분을 따로 개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 플레이어 역시 전체 게임의 판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패턴이 읽히고 잔인하게 찢어발겨져 유린당하는 것은 그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비밀이 풀린 게임은 매력도가 감소하고 의도되었던 재미를 잃고 만다.
숨겨”져야만”하는 정보의 양은 게임마다 매우 다를 수 있으며, 그것은 결국 기획자의 취향이나 목표에 달려있는 것이다. 카드 게임 도미니언(Dominion)은 플레이어가 각 플레이 세션을 시작할 때 액션 카드 10 개를 무작위로 생성하고, 어느 카드가 뽑힐지 순서 예측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서 게임의 반복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게임을 충분히 많이 한 사람들은 곧 주어진 액션카드 세트에 대한 최고의 전략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며, 이러한 사람들에게 도미니언은 정형화되고 만다. 이들을 위해 무작위 요소나 숨겨진 정보를 첨가하면 게임을 개선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게임을 덜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 게임 기획이란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것이다.
불완전한 정보와 위험
목표는 모든 결정에 어떤 형태의 기회비용이 수반되도록 하는 것이다. 작지만 안전한 보너스와, 위험 부담이 있지만 훨씬 더 강력한 보상 사이의 선택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선택은 안전한 보상이 즉시 주어짐으로서 안전을 보장하고, 위험한 보상은 나중에 주어지며 게임에 다른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할 때 가장 잘 작용한다.
만약 선택이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 25 퍼센트”와 “뭐 그냥 괜찮은 일이 일어날 확률 75 퍼센트” 사이에 고르는 정도라면, 아마 도박을 할 때나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이것이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50 의 데미지를 주지만 50 퍼센트의 확률로 적중하는 강력한 무기와 90 퍼센트의 확률로 적중하지만 25 의 데미지를 주는 무기 중 하나를 고르는 재미난 결정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개 플레이어들은 안전한 편을 택하곤 한다(특히, 강력한 무기를 썼지만 연속으로 3 번 빗맞췄고, 한번만 더 시도하면 행운이 따라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종류의 메카닉은 현대의 게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나, 아직도 몇몇 일본 RPG 게임에서 볼 수 있다.
이렇듯 단기적 안전 대 장기적 위험의 대치가 잘 드러나는 좋은 예를 스포츠 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수의 발전 측면과, 부상이나 저조한 실적의 위험이 대비되는 것이다.
<크로노 크로스(Chrono Cross)>
나는 최근 6 개월 가량 <Out of the Park Baseball(OOTP)>이라는 텍스트 기반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 해 봤는데, 거기엔 정말 힘든 결정의 순간이 있었다. 내가 한창때인 이 선수를, 젊고 덜 숙련되고 훨씬 위험부담이 높은 선수들과 바꿔야 하는 건가? 한 가지 안전한 측면을 위해 두 가지 위험한 측면을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과 게임의 기제나 가망성, 선수가 부상당한 이력, 특정 포지션의 가치 등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엮여 결정을 아주 재미있고, 또 아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류의 기회비용은 거의 모든 게임에 적용될 수 있다. 내가 저쪽 땅을 얻기 위해 쏟아 부을 자원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웃 나라에 전쟁을 선포해야 하는 것인가? 새로운 보스를 공격하여 탐험할 새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위험을 무릅쓸만한 일인가? 플레이어는 이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불완전한 정보가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과소평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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