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지루하다
작성자: 닐스 클락(Neils Clark) 작성일: 2012년 7월 5일
지난 2주 동안 ‘재미(fun)’에 관한 산발적이고 진부한 정의를 여럿 살펴 봤다. 다섯 장에 이르는 ‘선언문(manifesto)’과 기이하기 짝이 없는 루빅스 큐브(Rubik’s Cube)의 개인적 철학들이 그것이다. 디지펜(DigiPen1)에서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나는 다른 교수의 강의를 대신 들어가게 됐는데, 디자인 이론을 들먹이며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 것 같다.
“아, 선생님.” 날카롭게 생긴 어느 학생이 말했다. “친구와 제가 재미에 관한
통일된 이론을 정립하고자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게임을 포괄할 수 있는 용어로 말이죠.”
“굉장하네.” 내가 말했다. “라프(Raph)의 ‘재미 이론’을 읽어본 적이 있나?”
나는 <재미이론>의 표지 이미지를 넣은 첫 번째 슬라이드를 클릭했다.
“어, 라프요?”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의 설득적 게임(Persuasive Games2)은?”
“첫 페이지는 좀 보았습니다.”
“충분하네.”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우스개소리였는데 학생들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재미’는 태만한 단어다. ‘게임’이란 단어와 유사하다. 처음에는 누구라도 씩 웃고, 머리를 끄덕이며 당신이 이야기하는 바를 이해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투데이 아이 다이(Today I Die)>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모노폴리(Monopoly)>와 <포스퀘어(Foursquar)>(소셜 네트워크 포스퀘어나 그 변종들 모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피트 가신(Pete Garcin)은 작년에 개괄적인 언어의 문제에 대한 좋은 글3을 썼다. 비록 “‘재미’를 콕 집어” 탐구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재미’를 콕 집어 얘기해 보자.
‘재미’는 과정이다. 아이디어 차원과 실제 게임은 대략 냉동 난소와 24살짜리 인간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재미는 그 중 하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완성도(maturity)가 그 중 하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테스트를 일찍, 또 자주하는 것이 버그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제작자들은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는 이 실체에서 즐길만한 게 뭔지를 보기 시작한다. 사회적 요소? 달리기? 그림? 등반? 문제 해결? 우리는 게임이 출시될 때까지 이 작은 생명체가 최소한 가동되기만을 바란다.
이 재미라는 과정은 작은 도전을 받을 때가 있다. 수퍼 마리오 3D 랜드(Super Mario 3D Land)의 연출자인 코이치 하야시다(Koichi Hayashida)는 최근, 닌텐도가 자사 게임 전반에 걸쳐 자금을 가감했고, 유지해야 하는 요소와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4.
하야시다는 “새로운 단계마다 면밀히 조사한 후, ‘좋아, 어떤 요소가 잘 작동하지? 그리고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삭제해야 하는 건 뭐지?’라고 자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야시다가 이런 메카닉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연장근무(crunch)와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개발 과정 또는 프로젝트 사이사이마다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이) 대화할 시간도 많지 않다. 새로우면서도 흥미롭게 묘사된 ‘재미’를 연구하는 건 칭찬할만하지만, 우선 순위에 두기는 어렵다.
우리는 이미 적당한 용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게임(games)을 이용한다. 특히, 어떤 특정한 형태의 경험에 상징적인 게임들이 사용된다.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5 )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된 시에서 특정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몇 페이지 분량이 되는 것처럼, 특정 게임의 이름을 거론함으로써 디테일하고 독특한 몇 시간의 기억을 응축하는 것이다.
최근 어느 게임 비평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깨진 <포탈(Portal)> 퍼즐을 버리고, <3D VVVVVV> 메카닉은 유지하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약칭- 게임 은어의 조합-을 사용한 많은 건설적인 비판들 중 하나다. 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팀 전체가 자발적으로, 치질이 생길 지경으로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수십여 가지의 제안 중 두 세가지를 포함시키려고 밤샘작업을 하는 일 말이다.
클리프 블래스진스키(Cliff Bleszinski)는 브랜든 셰필드(Brandon Sheffield)와의 인터뷰6에서 이런 언어유희에 열을 올렸다. 여남은 가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약 내 약혼녀가 <스카이림(Skyrim)>에서 <애니멀 크로싱(Animal Crossing)>스타일로, 내 집 금고에 보물을 놓고 떠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페이블(Fable)>의 경험치는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것 아닌가요?”
이 문장은 시대를 좇아가지 못하는 노인은 물론, 많은 수의 게이머들에게도 무의미할 것이다. (그는 TransGaming7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일부 독자들에게는 깊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게임의 언어는 융통성이 없다. 상형문자를 거칠게 뒤죽박죽 섞어놓은 모양이다. 완성되어 잘 팔린 게임들이 상징적 언어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상형문자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것조차 들여야 하는 노력이 어마어마하다. 이는 한 두 세대 뒤에는 낡고 의미가 없어질 도구로 단단한 바위에 새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시적인 상형문자를 특정 알파벳으로 바꾸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황홀한 모험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통일된 언어가 주요 과제이다. 누가 신경 쓰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다양한 약어를 배우기 위해 수 천 시간을 썼으니까). 글쎄… 수십, 수백 의 학술 기고문을 누가 썼는가와, 게임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가 누구인가 중 어느 것이 더 마음에 드시는지?
어니스트 아담스(Earnest Adams), 리차드 바틀(Richard Bartle), 제스퍼 줄(Jester Juul), 닉 이(Nick Yee), 스티브 스윙크(Steve Swink), 자넷 머레이(Janet Murray), 코스터(Koster), 보고스트(Bogost), 맥고니걸(McGonigal), 후니케(Hunicke), 브레스웨이트(Brathwaite), 쉘(Schell), 등등. 등등? 그들 일부는 때로는 분명하고 강경하게, 또 어떤 때는 교활하게 충돌한다. 마구 쓰이던 용어들이 갑자기 정치적으로 변할 것이다. 반대되는 용어가 나올 것이고, 연습의 포인트가 사라지며, 번역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당신이 의연하다고 해보자. 좋다. (어찌됐든 실험은 진행 중이다). 자신의 관점과 예측을 말하기 전에, 그리고 ‘재미’의 공식을 내놓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라프 코스터(Raph Koster)의 <게임디자인을 위한 재미 이론(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을 읽는 것이다. 진짜로. 이 책은 아마존에서 보통 15달러, 배송 포함해서 20달러이다. 이 정도는 살 수 있을 것이다. 만 여 명의 게임 개발자가 공포에 휩싸여 소리를 지르며 브라우저를 닫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심리학을 별난 기술과 함께 섞은(그리고 만화가 사랑스러운) 쉬운 책이다.
니콜 라자로(Nicole Lazzaro) 8 의 연구를 인용하자면, 라프는 우리가 이전에 쓰던 재미라는 어휘를 확장시켰다. 예를 들어, 라자로는 사회적 약속을 위해 다문화적인 용어를 강조한 것으로 명성이 높다. 쉐덴프로이데(Shadenfreude), 발음하기 힘든 이 독일 단어는 다른 이의 실패를 목격하는 환희를 의미한다. 피에로(Fiero)는 성취의 맹렬한 표현이다. 크벨(Kvell)은 당신이 멘토링하는 사람에 대해 떠벌리는 것에서 유래했고, 나체스(Naches)는 그들의 성공에 대한 자부심이다.
다른 것도 있다. 라자로 자신도 재미의 언어를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 (쉬운 재미, 어려운 재미, 진지한 재미, 사람들의 재미… 우리가 이들 재미를 어떻게 나누는지… 라자로에 대해서는 위의 비디오 링크에서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라프는 디자이너와 플레이어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넓은 재미의 범위를 받아들였다.
스포일러 주의! 라프는 최고의 재미의 형태를 기쁨(delight)이라고 불렀다. – 새로운 패턴을 맞추면서 얻는 배움, 가장 기본적인 방법들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배움은 우리의 생리, 인간 진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리고 “게임과 현실 사이의 유일한 진짜 차이점은 게임에서는 이해관계가 적다는 것이다.”
오래된 격언을 상기해보자. 배우기 쉬우면, 마스터하기는 어렵다. 라프의 재미이론은 오늘날 게임 디자인에서 가장 유쾌한 아이디어 몇 가지를 대중화했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재미이론을 회피하는 건 자기학대와 다름없다.
몰입(Flow)은 재미 이론 연구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몰입: 최적의 경험에 대한 심리학(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혹은 쉽게 읽히는 <몰입 찾기(Finding Flow)> 등이 몰입에 관한 1차 자료다. 이 책들까지 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가마수트라를 둘러보시길. 몰입에 대한 읽을만한 기사가 하나9 혹은 두 개10가 있다.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은 <현실은 깨졌다(Reality is Broken)>의 두 번째 챕터에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책 11 을 잘 요약했다. 이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인은 게임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을 때 생산되는 아드레날린, 옥시토신 등의 신경화학 물질을 요약해 적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진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때 일어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과정이다. 내가 맥고니걸의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게임 관련 도서 중 처음으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실은 깨졌다>는 게임을 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게임 디자인을 조명한 첫 번째 책이다.
재미를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재미를 전달하기 위한 메커니즘인 게임도 무시할 수 없다.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의 <비디오 게임은 엉망이다(Videogames are a Mess)>12는 게임을 둘러싼 주요 논쟁을 개괄한다. (그의 <설득적 게임(Persuasive Games)>은 게임을 정의하는 데 필수가 되었다) 그리고 스티브 스윙크(Steve Swink)의 유쾌한 <게임 필(Game Feel)> 13 기사는 볼 만한 가치가 있는데, 최소한 대머리의 뚱뚱한 남자를 형상화한 부분이 그렇다. 후니케(Hunicke)의 <MDA>[pdf link] 14 는 유명하고, 리차드 바틀(Richard Bartle)의 <멀티유저 던전에 적합한 플레이어(Players Who Suit MUDs)> 15 은 고전이며, 닉 이(Nick Yee)의 <다이달로스(Daedalus)> 16 는 어떤 부분에서는 바틀(Bartle)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독창성이 뛰어난 훌륭한 작품이다.
이상의 책 어느 것 하나라도 충분히 살펴본다면, 재미와 게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수많은 글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논의에 기여하는 게 목표라면, 어떤 입장인지를 보여줘라. 김빠진 기호들을 마구 내질러놓고 기다리지 마라. 재미를 둘러싼 논쟁은 평화를 위한 폭격과도 같다. 적어도 부수적인 피해를 피하려고 노력해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맥락과 관련 짓고 논쟁과 연결시키는 것이 더 낫다. 자신만의 새로운 상징어를 만드는 것은 더더욱 좋다. 재미에 대한 글보다 그림이 낫고, 이보다는 실제 게임이 훨씬 낫다.
현재 재미와 관련한 언어는 상징적일 뿐 아니라, 미완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을 이야기하기 위해 게임을 사용한다. 옛날 게임에서 썼던 사람 모양의 작은 조각상과 다채로운 플라스틱 토큰이든지, 또는 엑스박스(Xbox) 슈팅 게임을 “하는 것”이든지 말이다. 하지만 현재 게임의 역사가 전체 언어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아직 거기까지는 가지 못했다. 경험의 종류는 너무 많고, 우리의 언어는 너무 적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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