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혹은 도망: 서바이벌 호러 게임 속의 신경과학
작성자: 매럴 타제리언(Maral Tajerian) 작성일: 2012년 6월 12일
[호러 게임은 플레이어의 뇌에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할까? 본 특집기사에서 Thwacke! Consulting 소속의 신경과학자 매럴 타제리언은 여러 게임 중에서도 <<암네시아>(Amnesia)>,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사일런트 힐(Silent Hill)>에 담긴 공포의 메커니즘을 밝힌다.]
공포는 인간의 본능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 속한다. 공포는 우리를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수단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우리가 공포에서 느끼는 순수한 쾌감을 활용기도 한다. 비디오 게임 산업은 공포를 게임 스토리와 설계에 적용함으로써 공포감을 충분히 활용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플레이어에게 적과 맞설 제한적인 자원만을 제공한 채 취약한 환경에 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대로 만든 호러 게임은 플레이어의 가슴을 고동치게 만들고 손바닥을 땀으로 젖게 만들며, 자다가 악몽을 꾸게 만든다. 그러나 엉망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그저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지난 20년 간, 초기의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시리즈에서 최근의 <<암네시아>: 더 다크 디센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게임들이 플레이어의 마음 속에 공포와 불안을 효과적으로 맞물리게 만듦으로써 서바이벌 호러(survival horror) 장르를 확립했다.
이런 게임들은 새로 출시될 때마다 각각 다른 적과 게임스토리와 플롯을 선보이지만, 이들 모두는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방식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글은 감정으로서의 공포가 게임 산업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논하고 공포와 게임스토리의 균형이 어떻게 성공이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논할 것이다.
공포의 과학
불안(Anxiety). 불안은 공포 다음으로 비디오 게임에서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다. 급박한 위협에 대한 반응인 공포와 달리, 불안은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각 체계에 압박을 가했을 때, 다가오는 위협이 따른 불안감이 주의력을 높이고 잠재적 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게임 내에서 캐릭터가 제시된 퍼즐을 풀더라도 공포와 위험의 경험을 여전히 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사실상 여러 플레이어들에 따르면 위험한 상황에서 퍼즐을 푸는 것은 오히려 공포감을 증가시킨다. <사일런트힐>에 나오는 수수께끼나 퍼즐이 이런 점에서 얼마나 탁월한지를 생각해보라.
1인칭 슈팅게임(FPS)이 플레이어들을 폭력에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으로 악명 높은 반면, 플레이어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게임은 실제로 그들이 위험에 민감해지게 만든다. 이는 곧 동물들의 행동방식과도 같으며 고도의 적응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불안을 일으키는 환경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디오게임에서 불안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의 위험에 민감해지도록 만든다. <암네시아>와 같은 게임의 경우 모든 장면에서 적과 언제 대면할 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동요하게 되는데, 플레이어는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무력감(Helplessness). 앞서 언급했듯이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서 플레이어는 종종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는 상태로 피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진정으로 완전히 무력하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암네시아>에서 자신이 옷장에 갇히거나 코너에 숨어 몇 분 동안 텅 빈 벽을 응시했던 경험을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1인치라도 움직인다면 틀림없이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정된 카메라 각도, 불편한 컨트롤 방식(<사일런트 힐>과 초기의 <레지던트 이블>), 조명(<앨런 웨이크(Alan Wake)>, <데드스페이스>) 등과 같은 요소는 모두 플레이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무력감은 매우 강력한 감정이다. 연구에 따르면 무력한 상황에 처한 동물들은 불안과 공포를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치과의사에게 갔을 때의 감정을 떠올려보라. 통제력의 손실과 무력감을 경험할 때마다 더욱 불안하고 공포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비디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실이다.
점화하기(Priming). 심리학에서 점화는 선행 자극이 후속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로 규정된다.
단어 맞추기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사전에 특정 단어들을 참가자에게 제시하는데, 그 중에는 ‘lettuce’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그런 뒤 참가자에게 다음 단어를 완성하라고 한다. ‘let____’. 참가자는 실험에 앞서 해당 단어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빈칸을 ‘tuce’로 채우게 되는 것에서 점화하기의 효과를 알 수 있다.
여러 게임들은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데 이 전략을 중요하게 활용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에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가오는 적을 떠올리게 만들도록 소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암네시아>에서 플레이어는 여러 고문실을 통과하며 철의 여인(iron maiden)1이나 놋쇠 황소(blazing bull)2 등에 갇힌 희생자의 비명 소리를 실제로 “듣는다”. 그러다가 그 자신이 감방에 갇힌 플레이어는 (고문 장면에 노출됨으로써) 벌어진 점화 효과에 의해 자신이 비슷한 고문을 당하게 될 가능성에 공포에 떨게 된다.
이 점화에 더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특징지어지는 특정 사건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플레이어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특정 이벤트를 통해 그 레벨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통과하게 되면 똑같은 장소를 다시 가게 되었을 때 새로운 위협에 대한 경계를 낮추게 된다(가령 <둠(Doom) 3>의 초반 30분이나 <사일런트힐>과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허브를 떠올려보라).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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