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좀비 만들기
작성자: 크리스토퍼 토튼(Christopher W. Totten) 작성일: 2012 년 6 월 28 일
[이 기사는 다코타 주립대학의 ‘통합 디자인 나노콘 워크샵’에서 진행된 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웨스트우드 대학의 게임 기획 교수 토튼(Totten)이 어떻게 좀비가 대중문화에 부상하게 되었는지, 다른 매체에서는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게임에서는 어떻게 쓰였는지,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좀비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인지를 탐색하는 글이다. 토튼이 처음 쓴 글은 여기서 읽을 수 있다.]
오늘날 좀비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양분된다. 책, 텔레비전, 영화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에서의 반응과, 비디오게임에서의 반응이 그것이다.
현대의 좀비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의 낸시 드월프 스미스(Nancy deWolf Smith)는 AMC 의 <워킹데드(The Walking Dead)>가 좀비 혐오자들을 양산하는 좀비 이야기라 비난했다.
한편 videogamewriters.com 의 편집자 젠 보시어(Jen Bosier)는 좀비를 일컬어 개발자의 게으름의 산물이라 부르기도 했다. 프로그래밍하기가 쉽고, 치밀한 서사 구조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좀비에 대한 불만에는 상상력이 결여된 전투방식만 양산한다거나, “무섭다기보다 식상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좀비들은 오늘날뿐만 아니라 게임 역사의 복판를 가로질러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총알받이나 기믹(gimmick)으로서 말이다. <케슬바니아(Castlevania)>나 다른 공포 게임에서, 좀비는 플레이어가 처음 맞닥뜨리는 적이다. 도망치기도 쉽고 죽이기도 쉽다. <슈퍼마리오랜드(Super Mario Land)>에서는 마리오가 밟으면 몇 초 후에 되살아나는, 중국의 강시에서 따온 피온피(Pionpi)라는 좀비가 나오기도 한다.
현대의 게임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이어의 영웅심을 충족시키는데 좀비를 이용한다. 플레이어들이 마치 영화 <이블데드(Evil Dead)>의 브루스 캠벨이라도 된 듯 무서운 기세로 구울(ghoul)들을 쓰러뜨리게 하는 것이다. 게임 기획자가 좀비를 그저 총알받이나 기믹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처사가 아님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글은 좀비의 효용을 게임에 다시 되살리기 위해, 우리의 공포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이며 다른 미디어는 이 공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시체게임학(Necroludology)’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게임 속의 좀비가 총알받이로 소모되는 것에서 벗어나 게임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기제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체게임학은 역사적, 혹은 현대적으로 좀비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조지 로메로(George Romero)의 시체 시리즈나, <세계대전 Z(World War Z)>,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워킹데드(The Walking Dead)>나 보드게임 <좀비!!!(Zombies!!!)> 등과 같이 좀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작품을 통하여 좀비에 대한 공통의 주제를 추출해내었다. 이 글은 이러한 주제를 표본화하여 좀비 게임을 설계하려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 개인적 적대관계로서의 좀비
● 자연 재해로서의 좀비
● 공간을 규정하는 좀비
● 시간제한 장치로서의 좀비 ● 좀비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이 글은 이러한 주제들이 좀비 기획의 인자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좀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이러한 주제의 기원을 밝히고, 어떻게 좀비가 가공할만한 위력의 게임 기제를 만들어내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좀비 설계의 변수라 할 수 있는 위 주제를 통해, 좀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이 주제들의 기원과 차별점을 밝혀내어, 공포스러운 게임 기제를 만드는 법을 알아볼 것이다.
좀비 역사의 개괄
현대 좀비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대부분 서아프리카의 부두교 의식에 등장하는 좀비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여기에 나타난 전형적인 좀비의 모습은 약에 취해있거나, 그들을 죽음으로 이끈 저주에 씌여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왔다. 그들은 시체를 노예로 부릴 수 있는 마법사나 영매에 의해 묻혔다가 다시 부활한 존재이다.
불가사의한 현상을 다루는 작가 브래드 슈타이거(Brad Steiger)는 그의 책 ‘현실의 좀비, 살아있는 시체, 그리고 재앙의 피조물(Real Zombies, The Living Dead, and Creatures of the Apocalypse)’에서, 부두교의 좀비와 현대의 좀비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다. 부두교의 좀비가 명목상의 ‘진짜 좀비’이며, 로메로의 좀비 조차도 진짜 좀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의 좀비에 대해 그는 오히려 뱀파이어나 다른 인육을 먹는 공포의 존재에 더 가깝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부두 좀비와 현대의 좀비는 같은 어원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좀비’라는 단어의 기원은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쿠바의 fumbi 나 중앙아프리카의 nzambi 나 zumbi 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앞의 두 단어는 죽은 자의 영혼을 뜻하며, zumbi 는 이승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여 복수심에 불타는 시체를 일컫는다. 이러한 두 갈래의 개념 때문에 한스 애커맨(Hans W. Ackerman) 와 지닌 고티에(Jeanine Gauthie)는 좀비가 본래 영혼이 없는 육신이거나, 반대로 육신이 없는 영혼 두 가지 본성 중 하나의 존재라고 이야기하였다. 이점을 고려하면 부두교의 좀비가 다른 문화권의 걸어다니는 시체와 결합되면서 현대의 살을 파먹는 좀비로 변형되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죽은 육신이 무덤에서부터 기어나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는 생각은 부두교의 신앙에서뿐만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문헌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길가메쉬 서사시의 여섯 번째 서판을 보면, 진노한 여신 이쉬타르(Ishtar)가, 아버지인 아누(Anu)에게 천상의 소를 보내주지 않으면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죽은 사람을 불러내" 그들로 하여금 “산 사람을 잡아먹도록" 하겠다고 협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뒤 쓰여진 요한 묵시록은 시체들이 무덤에서 기어 나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모습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초자연적 힘에 의해 되살아난 시체에 대한 공포는 문명이 확장됨에 따라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이런 망령 이야기는 북유럽 전설에는 아주 흔하다. 문학에 나타난 망령은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악마의 사주를 받아 소생된 존재와, 자신의 의지로 되살아난 존재이다. 전자의 구속된 망령은 악마가 시체의 입으로 들고 난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운데, 이는 현대 좀비 바이러스의 매개 경로와도 같다. 시체를 껍데기처럼 입고 있기 때문에 악마는 절름거리며 천천히 걸어다닌다. 또한 칸틴프레의 토마스(Thomas of Cantimpre (1201-1272))는 머리를 부숴서 망령을 죽이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는데, 여기에서도 현대 좀비와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비슷한 류의 이야기가 노르웨이와 중동 문화권에서도 발견된다. 아이슬랜드 문화권에는 그 지역의 특정한 망령을 지칭하는 드라우그(draug) 1 라는 단어도 있다. 전설 속의 망령처럼, 생전의 정체성은 되살아난 후에 갖게 되는 적개심의 토대가 되므로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레티스 전승(Grettis Saga)에서는 글램(Glam)이라는 평범한 목동이 끔찍하게 살해된 뒤 드라우그로 환생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무덤 근처에 있는 시골 마을을 공포에 빠뜨렸고, 결국 이 무용담의 주인공인 그레티스가 그의 목을 잘라 마을에 평화를 되찾았다. 다른 전승에서는 희생자들을 모두 드라우그로 만들어 살려내는 드라우그리즘(draugrism)을 조명한다.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보물이 널려있는 안식처에 대한 열망이기 때문에, 드라우그와 지리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기술되어있다.
이와 비슷하게 동양 문화에서도 언데드(undead)에 대한 신화를 다루고 있다. 천일야회는 구울 ghul (영어로는 "ghoul”)을 처음으로 언급한 중동권 문학작품이다. 구울은 밤 사이 떠돌아다니며 인간의 살을 파먹는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구울을 변신하여 피를 빨아먹는 악마로 묘사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피를 빤 존재의 모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의 전래 동화에는 낮에는 관에서 잠을 자는 썩은 시체인 강시가 나온다. 강시는 팔을 뻗은 모양새로 밤에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생명을 가진 존재를 잡아먹으려 한다. 이러한 몬스터는 분류하기가 모호하여 좀비와 흡혈귀 이야기 양쪽 모두에 활용되기에 이른다.
실제로 좀비와 뱀파이어와의 관계는 좀비가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경로를 탐색할 때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뱀파이어와 망령 둘 다 몇몇 주요연구에서 드러난 고딕 소설의 캐릭터를 갖추고 있다. 존 윌리암 폴리도리(John William Polidori)의 <뱀파이어(The Vampyre)>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나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드라큘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소설의 고딕적 건축 양식과 폐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는 오늘날까지 인기가 많아 해머 프로덕션(Hammer Film Production)이 만든 것과 같은 호러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실제, 이런 형식상의 유사성은 이러한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 함께 등장하게 하거나, 혹은 서로 섞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했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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