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 트리거> 설계의 비밀
작성자: 빅토리아 얼(Victoria Earl) 작성일: 2012 년 6 월 26 일
<매스 이펙트(Mass Effect)>에서 <스카이림(Skyrim)>까지 오늘날의 RPG 게임들은, 신경써 만든 선형 내러티브를 다이나믹하고 새로운 게임플레이와 결합시키기 위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 엄청나게 복잡한 작업에는 수십만에 달하는 맨아워(man-hour)가 투입된다. 모두 플레이어에게 자유롭게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그럴듯하고 응집력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사랑받는 비디오 게임이 탄생해왔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 자원이 없는 개발자들도 선형 내러티브(linear narrative)를 다이나믹한 게임플레이와 연결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고전 RPG 게임인 <크로노 트리거(Chrono Trigger)>로, 스퀘어(Square)의 RPG “드림팀“이 만든 명작이다. 크로노 트리거의 개발자들은 메카닉을 잘 설계해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콘트롤하는 한편, 내러티브에 있어서는 모듈식(modular) 접근법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
다이나믹한 세계, 1 차원적 던전
크로노 트리거의 내러티브 섹션은 몇 개로 구분되는데, 그 중 상당수가 게임을 완료하는데 필요하다. 게임의 전반부에는 이들 섹션이 모두 의무이며 선형적으로 구성되어 순서대로 진행하게 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정해진 경로대로 서기 1000 년의 집에서 출발해 ‘시간의 끝(The End of Time)’을 찾을 때까지 여러 시대를 오가며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의무적인 도입부는 플레이어에게 세계관, 게임 플레이와 크로노 트리거의 스토리를 알려주는 역할로, 도입부를 완료하고 나면 플레이어는 이전에 방문했던 어떤 시간대든지 마음대로 찾아가고 월드맵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
크로노 트리거의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시공간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게임 세계를 탐험하도록 열어두었다. 선택 내러티브 섹션은 대부분 실버드(Epoch) – 게임세계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타임머신- 를 찾을 때까지 열리지 않지만, 플레이어는 자기가 정한 경로대로, 방해를 최소화하며 메인 내러티브를 마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건 게임 내에서 마주치는 적들이 특정 던전 내에만 있고 월드맵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핵심 경로(critical path)를 벗어난 지역에 가더라도 일부 콘텐츠를 경험하고 맵의 상당부분을 탐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레벨의 플레이어 캐릭터가 이전에 방문했던 섹션을 다시 방문할 때 낮은 레벨에서 마주쳤던 것이 계속 다시 나와 귀찮게 굴지 않는다.
이 점은 게임세계 전체에서 적과 계속 마주치게 되는 다른 게임들과 정반대이다. 크로노트리거가 발표된 시대의 표준은 몇 걸음마다 랜덤으로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랜덤 전투가 아니더라도 뭔가 마주치는 것이 있으면 플레이어는 높은 레벨의 적이 나오는 지역과 들어가게 될까봐 월드맵을 탐험하는데 소극적이 된다.
많은 경우에 이런 지역은 명확히 표시가 되어 있지도 않아서, 플레이어가 그 지역이나 게임 전체에서 고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탐험은 위험하다. 더더군다나 레벨과 관계없이 보상도 없는 적을 끝까지 무찔러야 해서 저레벨일 때 탐험은 그저 귀찮을 뿐이다. 크로노트리거에서는 이런 골칫거리를 없애고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자유롭게 탐험하도록 독려한다.
이 점은 플레이어가 ‘고대왕국 질(Zeal)’ 내러티브 섹션을 끝내고 실버드(Epoch)를 얻고 날개를 손에 넣고 나면 아주 분명해진다. 방해받지 않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맵은 완전히 열리고 플레이어는 언제든지 임의의 내러티브 섹션을 완료할 수 있다.
게임 세계가 비교적 좁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스토리상에서 던전의 위치를 알려주는 힌트를 받기 전에도 그저 그 근처를 날아서 지나가기만 하면 발견할 수 있다. 이 던전들은 무척 찾기 쉽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서기 2200 년의 한 섬에 있는 ‘버려진 공장’에는 로보(Robo)라는 캐릭터와 관련된 던전이 있는데, 이건 스토리상 필수는 아니다. 단순히 실버드를 타고 근처를 지나면 플레이어는 이런 던전을 다수 발견하고 완료할 수 있다.
로보의 과거를 알게 주는 추가 캐릭터 스토리. 실버드가 날개를 얻은 다음 언제든지 깰 수 있다.
아트로포스: 응. 오랜만이네, 프로메테우스. 이제 연기는 안 해도 돼. 우리랑 같이 가자.
던전 내의 선형적 게임 플레이에 집중함으로써 크로노 트리거의 개발자들은 플레이어들이 전체 내러티브를 경험할 것인지, 어떤 순서로 경험할 것인지 선택할 자유를 줄 수 있었다. 모듈 스타일의 내러티브 방식을 활용해 전체 내러티브에서는 플레이어에게 자유를 주면서도, 선형적인 캐릭터 스토리와 서브 플롯들을 만들 수 있었다.
길잡이로서의 레벨 시스템
하지만, 바로 이 자유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있다. 어떻게 플레이어가 핵심 경로를 따라가게 하지? 플레이어가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내러티브 힌트들을 쉽게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플레이어가 경로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버리지 않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필수 던전을 마구잡이로 완료한다는 것은 특정 스토리가 너무 일찍 시작되어 버리거나, 전혀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고, 단순히 플레이어가 맥락을 몰라 이해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플레이어가 완전히 길을 잃은 것처럼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게임의 주요 경로를 따라 가도록 레벨 시스템(leveling system)을 사용했다.
각각의 내러티브 섹션에서 적의 레벨은 플레이어어가 던전에 들어갈 때 어떤 레벨이어야 하는지에 따라서 정해져 있고, 플레이어의 실제 레벨에 따라 적의 레벨이 조정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핵심 경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와 주요경로에서 벗어난 스토리를 하려고 시도 하면 감당 못하게 강력한 적을 만나고, 그래서 돌아가 다른 루트를 찾게 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핵심 경로를 벗어나 방문할 수 있는 시대 중 하나가 기원전 65,000,000 년인데, 시간의 끝을 발견한 직후에 접근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NPC 와 대화를 나누고 안전한 지역을 탐험할 수 있지만, 던전에서는 플레이어의 레벨과 차원이 다른 강력한 적들이 나타나 진행을 막는다.
플레이어가 이 전투에서 이길 수도 있긴 하지만 극도로 어렵다. 이것이 플레이어가 순서에서 벗어난 필수 던전을 탐험하지 않게 단념시킨다. 특히 익룡 둥지(Dactyl Nest)는 미션의 하나이지만 정해진 트리거(trigger)들이 충족된 다음에야 진행된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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