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게임 기획 10 년 – 번지의 연구 책임자가 말한다
작성자: 존 홉슨(John Hopson) 작성일: 2012 년 5 월 31 일
[번지(Bungie)사의 사용자 연구(User Research)책임자가 자신이 십 년 이상 전에 쓴 글을 다시 살펴본다.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심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게임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며 동시에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의견이다.]
한 과학자가 밤 늦게까지 혼자 연구실에 남아 연구를 하다가, 평온했던 세상에 풍파를 일으키게 될 결과물을 내놓았다. 므하하하하하하!
아니, 프랑켄슈타인 말고. 행동주의1 게임 기획 말이다!
십 년 전에 내가 이 글을 썼을 때, 나는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아마추어 게임 기획자로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 이후로 이 글은 거의 나와는 별개의 생명체가 된 듯 인터넷 상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글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이 되었고, 수업의 과제물로 나오기도 하곤 했다. 학술적으로 언급되기도 하고,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지 같은 곳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으며, 심지어 내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던 잡지 <Cracked>로부터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주: 이로써 나는 번지의 직원들 중 두 번째로 <Cracked>에 등장한 인물이 되었다. 첫 번째는 우리 보안 책임자였는데 나보다 훨씬 우호적인 대접을 받았다.]
기념일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이 글이 쓰여진 지 10 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은 나에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했다. 게임 산업은 2001 년 이후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했고, 나는 이를 지난 10 년간 이 주제가 어떤 방향으로 변모해왔는지를 공개적으로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
강화를 통한 학습은 게임 기획에 있어 강력한 동기유발요소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오늘날의 게임에 있어 보상(reward)2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글을 쓸 당시에는 게임이 보상을 포함하고 있고, 그 보상을 할당하는 방식이 사람들의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은 매우 급진적인 것이었다. 오늘날엔 이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말이다.
게임 기획에서 강화(reinforcement) 3 이론이 받아들여졌다는 가장 확실한 예는 ‘업적(achievement)'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업적’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왜냐하면 업적 자체에 따라오는 실제적인 보상은 사실 전혀 없기 때문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와 같은 게임은 업적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변형된 방식의 플레이를 시도해 보도록 유도하여 탐험이나 PvP 에서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나의 관점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게임에서 더 큰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강화의 가장 적절한 용례라 할 수 있다.
페이스북 등에서 소셜 게임이 부흥하는 것 역시 강화가 게임 산업의 중심 논제가 될 수 있다는 훌륭한 예이다. 실제로 소셜 게임 장르를 개척한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그래픽으로 표시한 강화 스케줄이 있었다. 워낙 단순해서, 이를 분석해보면 누구나 인기의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단 세 가지 요소가 있을 뿐이다. 잘 구성된 보상, 전파성이 강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그리고 높은 접근성이 그것이다. 소셜 게임의 겉잡을 수 없는 성공은 누구도 이러한 요소들을 평가절하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소셜 게임 사이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들은 점점 더 정교해졌지만, 여전히 연합적 요소가 다른 장르의 게임보다 훨씬 많이 포진해 있다.
소셜 게임 사이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들은 점점 정교해졌지만, 여전히 다른 장르보다는 연합성(contingency)4이 표면에 잘 드러나 있는 편이다.
게임에서 연합이 성공적으로 적용되자, 게임 바깥에서도 적용가능한지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져 헬스장과 운전연습까지 검토 대상이 될 정도였다. “게임화(Gamification)”라는 말은 사실 게임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연합성과 관계된 것이다. 가벼운 오락으로 치부되던 게임이 진지한 영역에 보상구조를 진지하게 도입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행동주의 심리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의 모든 주제가 게임에 있어 주류가 되어버렸다. 심리학과 게임이 어떤 식으로 상호 작용하는지만을 연구하는 블로그가 있는가 하면, 몇몇 스튜디오는 심리학자를 정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열성팬과 비평가 양쪽 모두 이 기법의 위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에 바탕을 둔 과학이 실재하고 이 기법이 통한다 할지라도, 이것이 게임 기획에 있어 “현자의 돌5 ”은 아니다. 고전적 행동주의 심리학은 기본 정신 작용에 대한 명쾌하고 단순한 모델이지만, 인간 행동을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6 . 이것이 현대 심리학이 행동주의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행동주의 기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모습은 열성팬과 비평가 양측 모두에서 나타난다. 열성팬의 측면에서는, 많은 게임 개발자가 재미를 도외시하고 보상 구조를 만드는 데만 중점을 두어야 할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재미도 있고 좋은 보상 구조도 지닌 게임과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연합성은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요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훌륭한 그래픽과 훌륭한 음악이 훌륭한 게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처럼, 연합성도 좋은 게임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강화 체계가 너무나 강력하여 플레이어의 자유의지를 꺾어버린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다시 말하자면 강화 체계가 유용하고 효과적이긴 하지만, 인간 심리나 게임 경험의 총합을 대표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커피숍의 적립카드를 생각해보자. 이것은 이전 글에서 다뤘던 것과 똑같은 종류의 연합성이다. 사실 이 적립카드는 실제적인 보상을 주므로 게임의 연합성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열 잔 드시면 한 잔 무료”가 보통의 사람들을 저항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조종한다고 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카페인의 화학작용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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