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모템: Zachtronics Industries의 스페이스켐
작성자: 잭 바스(Zach Barth) 작성일: 2012년 6월 13일
[매니아 층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은 인디 퍼즐 게임 <스페이스켐(SpaceChem)>의 개발자 잭 바스가 - 다른 본업과 병행하며 - 어떻게 이 복잡미묘한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으며, 어떤 이유로 게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는지를 말한다.]
합성화합물을 생성 및 변형하는 기계를 제작하는 플래시게임인 <The Codex of Alchemical Engineering>을 출시한 직후 나는 화학을 소재로 한 후속작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Codex>가 이미 단순화된 형태의 분자 결합 모델이었므로 이를 화학 분야로 적절히 확장하면 (원자 간의 다중결합처럼) 더 많은 역학과 퍼즐(물처럼 단순한 화합물에서 벤젠처럼 복잡한 화합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화합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후속작을 곧바로 내놓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켠으로 제쳐두고 다른 일을 했다.
약 1년 뒤 나는 시애틀에 있는 개스 워크 공원(Gas Works Park)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그곳에 방치된 화학공정용 파이프라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화학에 기초한 <Codex>의 후속작을 다시 구상하면서 나는 낮은 수준의 <Codex> 조작을 고급 수준의 파이프라인 건설역학과 결합해보자는 생각을 떠올렸다. <스페이스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 뒤로 6개월간 구상을 발전시키면서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 장르를 채택해 게임에 보스 전투(boss battle)도 포함시켰다. 본업을 병행하면서 여유 시간을 이용해 동료 직원 하나와 함께 게임 개발을 시작했는데, <스페이스켐>이 출시될 무렵에는 개발팀이 일곱 명까지 늘어났다.
잘된 점
1. 개방형 퍼즐로 만든 것
개발 과정에서 의문스러운 결정도 많이 했지만, 저마다의 해법이 가능한 개방형 퍼즐(open-ended puzzle)만큼은 우리가 제대로 내린 최고의 결정이었음이 분명하다. 개방형 퍼즐 없는 <스페이스켐>은 <스페이스켐>이 아니었을 것이다!
<스페이스켐>의 표준 게임플레이 “공식(fomula)”은 플레이어에게 일련의 도구(지시문과 원자로)와 (‘X, Y, Z 분자를 생성하라’는 식의) 분명한 목표가 있는 문제, 그리고 해법을 만들어낼 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퍼즐을 설계할 때 모범답안을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었다. 대신 각각의 문제가 논리적으로 다른 문제와 중복되지 않고, 앞서의 해법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시험플레이로 난이도를 테스트한 뒤, 우리는 레벨을 재배열하고 논리적으로 중복되는 레벨을 제거하고,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기는 해도) 순서대로 구성될 수 있도록 레벨간 격차를 조절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작업을 통해 퍼즐의 설계가 한층 쉬워졌다고 할 수 있는데, 퍼즐과 해법을 동시에 설계할 때 나타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퍼즐을 만들면서 생긴 재미난 결과 하나는, 퍼즐이 더욱 개방형이 되면서 엔지니어와 기획자들이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종류의 문제들과 유사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플레이어도 있었지만, 대다수 플레이어들은 커다란 보람과 동시에 다른 게임에서 찾을 수 없는 자신만의 해법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리고 <스페이스켐>을 순식간에 그들의 ‘가장 좋아하는 게임’ 목록에 올려놓았다.
2. 리스크를 낮게 유지한 것
인디 게임 개발을 본업으로 하는 것만큼 멋지지는 않지만, <스페이스켐>의 개발자 대부분은 게임과 관계없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여유시간을 이용해 게임을 개발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개발에 대한 보상으로 이익의 배분에만 신경 쓸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 부족한 역량을 메우기 위해 해외의 하청업체들과 협업하고 무료 툴과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시간 외의 투자를 소규모로 유지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스페이스켐>을 출시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분명 통하지 않는 방식이겠지만, 이 덕분에 우리는 실패의 두려움 없이 게임업계에 뛰어들 수 있었다.
3. PC라는 훌륭한 플랫폼을 선택한 것
PC는 <스페이스켐> 같은 게임에는 최고의 플랫폼이었다. 애플 앱스토어나 엑스박스 인디게임즈(Xbox Live Indie Games) 같은 소위 “개방형(open)” 플랫폼과 비교해 PC의 진입장벽은 매우 낮았다. 컴퓨터에서 게임 소개를 읽은 사람은 누구든지 몇 번의 클릭만으로 게임을 사서 플레이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이용해 다음의 몇 단계로 <스페이스켐>을 선보일 수 있었다.
1. <스페이스켐>을 처음 출시했을 때는 오직 Zachtronics Industries 스토어에서만 구입이 가능했는데, 이 웹사이트는 <스페이
스켐>의 판매만을 위해 만든 사이트였다. 우리가 자체 스토어를 만들기로 한 이유는 윈도우, 맥, 리눅스까지 3종의 모든 PC
플랫폼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이고, 페이팔 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을 100% 완전하게 확보하기 위해서였으며, 또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Steam)’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고객기반이 다른 온라인 스토어에 비해 훨씬 작기는
했어도 <Codex>나 <Infiniminer> 같은 이전의 무료 게임으로 다져진 팬 층이 있었던 덕분에 <스페이스켐>도 꽤 순조로운 출발
을 보였다.
2. 게임이 출시되기도 전에 PC게임 웹사이트 Rock, Paper, Shotgun이 2011년 인디게임 페스티벌(IGF) 참가목록에서 <스페이스
켐>을 찾아내어 우호적인 기사를 써 주었다. 출시 뒤에 게임 리뷰와 인터뷰가 올라가면서 게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
고, 덕분에 다른 게임 뉴스 사이트에도 관련 기사와 인터뷰가 나오게 되었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하나. 마케팅 예산이
거의 없는 인디 게임개발자들에게 게임 기자들은 최고의 친구이다!
3. <스페이스켐>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는 ‘스팀’을 통해 배급하는 문제를 놓고 ‘밸브(Valve)’사와 다시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업적(achievement)과 리더보드(랭킹)과 관련해 스팀의 플랫폼과 약간의 통합작업을 거친 뒤, <스페이스켐>은 스팀에 등재되
었다. 이로써 방대한 규모의 이용자들을 접하게 되는 한편, 업데이트 과정도 간단해졌다. 지난 해 여러 유통경로를 통해 <스페
이스켐>을 출시 했었는데, ‘스팀’만큼 성공적인 유통경로는 없었다.
4. 2011년 말에 우리는 ‘험블번들’(Humble Bundle: 인디게임 여러 개를 묶어 저렴하게 제공하는 행사)과 제휴해 ‘험블 프로즌
시냅스 번들’에 <스페이스켐> 을 포함시켰다. 이는 우리가 윈도우와 맥, 리눅스를 타겟으로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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