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210호] 프랑스, TV 프로그램 영어 사용 제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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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5.02.21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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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18일 프랑스 방송위원회(CSA)는 미디어상에서 사용되는 영어 단어 및 표현을 제한하고자 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2가지 취지로 이루어졌는데 첫째는 시청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명확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이며, 둘째는 프랑스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영어 차용어 파급 효과
프랑스 방송위원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논의되는 주제 중의 하나는 미디어에서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과 방송 프로그램, 특히 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영어 제목들이다. 프랑스 전국 또는 지역 일간지들은 정기적으로 방송위원회측에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비판하면서 ‘방송위원회와 텔레비전 채널들의 주의를 요한다’, ‘텔레비전의 프랑스식 영어 표현에 신물이 난다’ 또는 ‘방송위원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제목 아래 영어 사용 제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TV나 라디오에서 사용하는 영어 단어나 표현은 그 언어 자체의 질 문제뿐만 아니라 무의식중에 청소년들에게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프랑스어 심의회(Langue française du Conseil)는 TV상의 영어 차용어 사용이 비록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층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로프트 스토리(Loft Story)>, <스타 아카데미(Star Academy)>, <팝스타(Pop Star)> 등의 프로그램은 프랑스 내 청소년들의 대화 주제에서 빠지지 않으며, 프로그램 주인공들의 옷차림이나 행동을 모방하는 등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어 심의회는 공영 및 사영 채널 대표자들과 회의를 거치는 등 방송상의 영어 사용과 관련하여 새로운 임무를 떠맡게 되었다.
TV 방송에서의 영어 차용어 사용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영어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반면 모국어인 프랑스어 사용은 영어에 비해 열등함과 동시에,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있다. 문법상의 어려움이나 번역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앵글로색슨족의 표현 방식을 선호하는 이 현상은 프랑스 국민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점점 과소 평가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영어 표현 사용은 여러 기능적 이유를 지니고 있는데 그 중 첫째는 개혁적인 기능, 즉 새로운 현상들을 프랑스어로는 표현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이며, 둘째로는 유희적인 기능, 다시 말해 시청자들이 접해 보지 않았던 언어를 소개함으로써 신선함을 느끼게 할 수 있고, 프랑스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음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영어를 정복하지 않고도 모국어인 프랑스어보다도 영어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방송위원회의 우려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영어 제목을 사용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더욱 호감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며, 프랑스 전역에서 항상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대부분은 영어 제목이 채택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M6의 <르 배출러(Le Bachelor)>, <팝스타(Pop Star)>, TF1의 <피어 팩터(Fear Factor)>, <힛 앤 코 쇼(Hit & Co Show)> 등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표 예들이다.
방송위원회가 이러한 현상을 방치해 둔다면 어린이 만화영화인 <토털리 스파이즈(Totally Spies)>나, 어린이 프로그램인 <엠 식스 키드(M6 Kid)>와 같이 아이들에게 언어적으로 나쁜 습관을 갖게 할 수 있는 영어 제목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방송위원회의 정책 방안
프랑스 방송위원회는 자국어 사용에 대한 가벼운 권고 외에, 프랑스어 사용에 대한 1994년 8월 4일 법 조항을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법은 TV나 라디오를 통해 방영되는 방송분뿐만 아니라 미디어 분야에서의 상품이나 서비스 상업화 또는 프로모션에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년 방송위원회는 TV 채널 조사결과에 따라 각 채널마다 방송에 사용된 언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데, 2002년 M6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시리즈 방송에도 불구하고 <펑키 캅스(Funky Cops)>라는 영어 제목을 사용하였고, 이와는 반대로 2003년 9월에는 M6 스스로 자신들의 프로그램 <모닝 라이브(Morning Live)>의 영어 제목을 프랑스어로 의역하여 <아주 이르지는 않아(C'est pas trop t t)>로 변경하였다. 방송위원회는 이러한 현상이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시하고 있는 요구사항에 부합된다고 여기며 다른 프로그램들이 이를 모범으로 삼도록 권장하고 있다. 반면, 공영 채널인 TF1은 계속하여 대부분의 프로그램 제목을 영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분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2003년 3월 중반부터 5월까지는 프랑스어로 번역되었던 프로그램 <라 르와 드 라 쀄르(La loi de la peur)>를 영어 제목인 <피어 팩터(Fear Factor)>로 변경하여 방영하였고, 8월 말부터 연말까지는 가장 인기 있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스타 아카데미(Star Academy)>라는 영어 제목으로 방송하였다. 반면 Canal+와 같은 사영 채널은 영어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영어 사용 제재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입장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명료함과 프랑스 자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데 취지가 있다. 즉, 무조건적으로 외국어 차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님을 표명하고 있는데, ‘프랑스어는 살아 있는 언어로서 진화하고 있으며, 지방 언어나 유행어, 외국어 등 다양한 원천을 통해 현재 통용 중인 단어들을 통합하는 언어’임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어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
의사표현 자유에 관한 1986년 9월 30일 법 조항을 기반으로 방송위원회는 ‘프랑스 문화와 언어 보호’라는 구호 아래 TV나 라디오 방송 책임자들에게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할 수 있는 합법적인 규정이나 법적 근거를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어 사용에 관한 1994년 8월 4일 법은 방송위원회가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었는데, 이 법의 내용은 프랑스어가 프랑스의 언어라는 헌법 조항을 기반으로 TV나 라디오 방송에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시키고 있다. 즉, TV나 라디오를 통해 시청자들이나 청취자들에게 전파되는 프로그램과 광고는 방송되는 형태나 분배 형식에 상관없이 프랑스어 사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가 있게 마련인데, 오리지널 버전의 원어 영화일 경우와 음악 장르(이 경우는 광고에서도 예외), 언어학습 방송과 외국 현지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이와 관련하여 방송위원회는 TV나 라디오 방송 관계자들에게 프로그램의 제목 채택 시 모국어 사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불가피하게 외국어로 제목을 선정할 경우에는 시청자들이나 청취자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이해하기 쉽고 뜻이 분명한 단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프랑스어가 모든 TV나 라디오상의 프로그램과 광고에 의무화되고 있지만 외국어 사용을 전적으로 폐지시키는 것은 아니다. 모국어만큼이나 그 뜻을 명확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외국어 사용은 허용될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주로 광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광고에 선전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획득해야 하므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몇몇의 경우 외국어 사용은 불가피하다. 또한 외국 상품의 상표에 관해서도 상표 자체는 프랑스어로 반드시 번역될 필요가 없다.
프로그램 제목의 변화
더 이상 TV상에서는 <스타 아카데미(Star Academy)>라는 영어 제목을 만나볼 수 없는 대신 프랑스어로 같은 뜻인 <에꼴 드 브데뜨(l'Ecole des vedettes)>란 제목이 시청자들의 안방에 소개되고, 이와 같은 맥락으로 <힛 마신(Hit Machine)>은 <마신 아 쉭쎄(la Machine a succès)>, <로프트 스토리(Loft Story)>는 <이스뜨와르 덩 로프트(Histoire d'un loft)> 등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프랑스 방송위원회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TV나 라디오 프로그램 책임자들에게 영화나 드라마 등 방영되는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프랑스어 제목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부득이하게 외국어 제목을 사용하게 될 경우는 시청자들이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무분별한 영어 사용으로 인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프랑스어가 영어에 비해 낡고 구시대적인 표현임을 암묵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위원회측에서 이런 현상을 묵시할 경우 역동적이고 빠르게 변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를 더 잘 반영한다는 변명 아래 모든 프랑스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영어 사용을 더 바람직하다고 느끼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프로그램 제목뿐만 아니라 TV 방송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사용되었던 영어 표현에 대해서도 방송위원회는 자신들의 인터넷 사이트에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게시함과 더불어 방송관계자들에게 수정 조치를 취했는데, 그 예로써 해커(hacker)는 푸이네르(fouineur), 조이스틱(joystick)은 멍슈 아 발레(manche a balais), 코칭(coaching)은 멍토라(mentorat)로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프랑스는 날로 늘어가는 영어 사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모국어 사용을 의무시하고 있지만 유럽 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 <빅 브라더(Big Brother)>나 <로프트 스토리(Loft Story)> 등은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대부분의 국가가 원어 그대로 제목을 채택하고 있어 모국어로 번역하지 않은 채 방송하는 나라가 프랑스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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